영어 과외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온지 2년 반이 되었습니다만 영어가 별로 늘지않더군요. 주변에 한국 분들이 많고 전공분야 대화(engineering talk)를 많이해봐야 정작 생활영어가 늘지 않더군요. 저보다 훨씬 오래 이곳에 계셨던 분들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시구요.

그동안 주로 제 영어공부 상대는 병원, 보험, 통신사, 은행 등 고객센터였습니다. 덕분에 전화영어에 꽤 자신감이 생겼고 하고싶은 말은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에서 한계가 보여서 2달전부터 영어과외(tutoring)를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과외 생각은 했었지만 적당한 선생님을 찾기도 애매하고 당장 급한 일들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백인 할머니 한분을 소개받았습니다. 일주일에 한두시간씩 배우고 있고 가격도 이곳 인건비를 감안하면 꽤 저렴해서 한번에 20불씩입니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은 얼추 되긴하는데 많은 경우 발음, 엑센트가 문제가 되어 대대적으로 손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까지 왔는데 영어는 잘 해야지요.

그동안 생활에서 또 공부하면서 터득한 내용을 짬짬히 블로그에 정리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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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용어의 올바른 발음

전지현과 기술용어는 관련가 있을까?

넷북의 원조로 많은 관심을 받는 ASUS.. (오래전엔 메인보드로만 유명했었다.)
당연히 [에이서스]라고 발음해왔는데 의외로 [아수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껴오던차에…
문득 ASUS의 발음이 [에이서스]가 아니라 진짜 [아수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검색한 결과,
미국애들은 [에이서스]라고하고 우리나라에선 [아수스]라고 한다는 답이 대세.
대만에서도 [아수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있었다.

찾다보니 프로그래밍 용어에 대해 오래전에 KLDP에서 화두가 됐던 것을 발견했다.
http://kldp.org/node/57214#306280

locale의 발음이 [로케일]이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malloc을 [말록]으로 발음하면 된다,안된다 등에 많은 공감을 느끼던 차에 폭스바겐이 미국에선 [복스웨건]으로 불린다는 말에 쓰러짐. ㅋ

사실 발음 문제는 맞고 그르고의 문제보다는 의사소통이 자연스럽냐의 문제라고 생각.
미국에서 쓰는 발음일지라도 국내에서 쓸 때 너무 혀를 굴리다간 비아냥의 대상이 될테고, 미국에서 지나치게 한국식 발음을 사용할 경우엔 아예 대화가 안될 것이다. 따라서, 다 알아두고 상황에 맞춰쓰는게 제일.(당연한 결론?)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1.
Qualcomm출장중에 회의에서 ‘VESA(Video Electronics Standards Association)‘에 대해서 얘길하는데 국내에선 당연히 [베사]라고 발음하기에 미국식 발음인 [뷔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VISA얘긴줄만 알았음 ㅡㅡ;;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2.
십여년전일인 것 같은데 미국 공항에서 입국심사받을 때였다. (아마 두번째 미국방문일 때인 듯)
괜히 익숙한 척 여권을 건네며 Hello~라고 말을 걸었다.
당시에 봤던 영화에서 들었던 발음 을 흉내내서 [할 로우~]하자 동양인치곤 발음이 썩 그럴 듯했는지 ‘How do you speak english so well?’이라고 묻는게 아닌가! 문제는 이 친구가 well을 [웰]이라고 발음 안하고 [왈]이라고 발음을 한데다가 흑인 특유의 액센트로 말하는 바람에 머리속은 온통 ‘왈이 뭐지?’란 생각 뿐… 그 흑인은 이자식이 영어잘한다고 칭찬까지했는데 이런 쉬운 말도 못알아듣다니… 이뭐병… 하는 듯한 황당한 표정… 심사가 끝날때까지 어색한 시간이 계속 됐었다. ㅡ.ㅜ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3.
2002년인가 중국 칭화대에 출장을 갔을 때였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접대용의 뻔한 대화를 주고 받던 중…
당시 한류열풍이 한창인 터라 ‘너 한국영화 본거있냐?’라는 물음에 그친구가 ‘마싸지 걸’을 봤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무슨 B급 에로영화를 본건가’라고 황당해하며 ‘그럼 아는 한국 배우는 있냐?’고 묻자 대뜸 전지현((발음은 좀 이상했지만)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전지현 나온 영화도 봤냐?’고 하자 ‘전지현이 마싸지 걸에 나온다’는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건 무슨….’ 하는 차에 스쳐지나간 생각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영어 제목이 ‘My Sassy Girl’이었다는 기억… ㅡㅡ;;
최근 헐리웃 리메이크작으로 ‘마이 쎄씨걸’이란 제목을 아시는 분은 많으시겠지만, 당시엔 그 제목이 쉽게 기억날리.. 아니 알고 있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My Sassy Girl의 발음을 이 중국친구는 ‘마’ ‘싸시’ ‘걸’이라고 중국식?으로 발음해버리니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나는 ‘massage girl’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