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특론

얼마전에 올린 포스팅에 쓴 것과 같이 요새 조규형교수님의 전자회로특론 강의를 청강하고 있다.
석사과정때 아날로그 회로 설계를 한 적이 있긴하지만 주로 디지털회로설계에 치중했었고 박사과정 수업도 디지털집적회로와 연관이 많은 수업만 듣다보니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전자회로특론을 수강하지 못했다.

졸업한지 꽤 오래 지난 지금에서야 청강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었지만 졸업 이후에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아날로그회로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비로서 청강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사실 작년까지는 회사 일로 숨 돌릴 틈도 없었기도 했다.)

예전에는 오후 수업이었던 것같은데 다행히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두번 다 오전 수업이라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을 진작에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듣는 지금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규형교수님께서도 청강을 허락하시면서 ‘전천후로 배워두라’는 말씀을 하셨다. 전천후… 무척 오랜만에 듣는 단어지만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운 좋게 학부과정에서도 조규형교수님의 강의법으로 전자회로를 배웠던 터라 조금은 익숙한 내용이지만 오리지날의 감동과 깊이있는 내용은 강의를 듣고 있는 시간을 황홀케 한다. 칠판 한가득 회로를 그리고 중간과정 없이 한번에 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간단한 예를 들고자 필기한 내용에서 발췌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좌측의 간단한 귀환(feedback)회로의 입력저항을 작게, 출력저항을 크게하기위해 버퍼(emitter follower)를 하나씩 추가하고 형태를 매만지면(?) 오른편의 회로가 된다. 이렇게 마법을 부리시고나선 “많이 보던 회로지?”라며 빙긋 미소를 지으셨다.

겨울방학이 짧아지고 여름방학이 길어지면서 2월초에 개강한 터라 벌써 부귀환(feedback)이 끝나고 안정도(stability)도 거의 끝나간다. 제일 중요한 내용은 다 배운 셈이다. 틈 나는 대로 복습을 하지만 막상 회로를 해석하려하면 강의시간처럼 쉽지않다 ^^;; 흡사 돌아가신 밥 로스(Bob Ross)아저씨가 30분만에 유화 한 점을 뚝딱하셨지만 따라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로를 쉽고 다양하게 회로를 해석할 수 있는 대가의 식견(insight)를 구경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 강의는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를 모르고 졸고있는 후배들을 볼 때면 좀 안타깝기도…)

조규형교수님은 KAIST 박사과정에 계실 때 이미 KAIST 전자회로 강의를 맡으셨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강의를 20년이상 해오셨고 그간 배출된 졸업생들은 분명 쉽고 유연하게 배운 지식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을 것이다.

일설에 조규형교수님께선 KAIST전자과가 배출한 3대 천재 중 한 분이시라는데, 그렇기에 그토록 회로에 해박하실 수 있으셨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강의를 듣고 있으면 가능한 한 쉽게 가르칠려고 노력하셨다는게 어느정도 짐작이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과정이 결코 간단치는 않았다고 직접 말씀하기도 했다.

어려운 지식을 완전히 소화해서 쉽게 전달하는 사람이 진정 그 분야의 대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지식을 포장하고 내세우는 사람은 크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2009.4. 배영돈 (www.don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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