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법칙. 업무량 초과 자가진단 법

제가 박사 졸업을 앞두고 KAIST 김충기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러 찾아뵈었을 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회사 가거든 90%만 해. 100%하려고 하지 말고”

아니 이제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제자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씀은 안하시고… 황당한 마음에 제가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능력의 100%를 발휘해도 모자랄 꺼 같은데 90%만 써도 될까요?”

교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00%를 다쓰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100%를 쓰려고하다 101%가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
“천재 바보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자기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하려고하면 바보가 된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되서 다시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자기능력을 다 활용하지 않고 90%만 쓰면서 산다는 건 이해가되지않습니다”

그러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표정으로,
“90%만 쓰고 남는 10%를 자기개발에 써라. 그리고나서 능력이 110%가 되거든 그때 100%를 쓰고 남는 10%는 다시 자기개발에 써라. 내가 이 나이 먹고나서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그런데 얼만큼이 90%고 얼만큼이 100%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안가르쳐 주셨습니다. 단지 일에 치어 바보같은 판단을 하게 되면 100%가 넘었구나 알게 될 뿐이었지요.^^;;

90%만 하려고해도 어느새 100%가 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이라는게 몰리는 경향이있고 예측도 되지않으니까요. 10%의 버퍼라도 가질려고 했던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버퍼가 모자랄때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기준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능력대비 가동율이 기준을 넘었으니 업무량을 조절해야한다는 신호입니다.

1단계) 90% 초과
괜한 짜증이 발생합니다. 별것 아닌 일에 예민해지고 일정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을지 불안해 집니다. 야근을 시작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 95% 초과
가족관계에 이상이옵니다. 야근이 지속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게 되어 미혼이라면 여자친구에게 기혼이라면 가족에게 소홀하게 되고 사소한 불평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결국 다투게 됩니다.

3단계) 98% 초과
건강에 이상이 옵니다. 가벼운 몸살이 올 수도 있고 예전에 아팠던 곳이 다시 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일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는 없습니다. 조금 참으면 할만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방심하면 안됩니다. 필사적으로 업무량을 줄여야합니다.

4단계) 100% 초과
판단력 상실. 정상적인 업무 불가능. 110%라고 해서 업무효율이 -10%정도로 감소하는게 아니라 10분의 1로 떨어집니다. 오랜시간 열심히 해온 일을 사소한 실수로 망친다거나 뭐가 제대로 된건지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하는지 판단이 안서게 됩니다. 몸 상태나 대인관계도 엉망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량을 줄이는 방법은 과감하게 해야합니다. 일정을 조금 늘리는 정도가 아니라 매니져와 상의해서 꼭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이 아니면 큰 효과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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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전 김지훈박사(@jhkim82) 결혼식에서 김충기교수님을 뵙고 ’90%법칙 이야기’를 했더니 “내가 그런 얘길 했었어?” 라고 하셨다는… ^^;;;

4 thoughts on “90%의 법칙. 업무량 초과 자가진단 법

  1. 하하^^ 저는 요즘 제가 1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슬슬 조심해야 할텐데.. 미국에는 장인어른/장모님뵈러 다녀왔습니다^^

    • 생각보다 실천은 어려워요.
      업무를 관리 할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요.

      또 능력이 부족해서 업무량을 줄여달라고 말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죠. 업무배정이란게 결국 매니져 또는 유관부서와 약속을 한 것이라 그것을 못지키겠다는 말을 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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