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Slack)을 읽고…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에게 익숙한 슬랙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Slack = Requirement – (Data Path – Clock Path + uncertainty) [출처]

이 경우 외에는 사실 지금까지 슬랙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전혀없었고 사전적인 의미인 “느슨한, 해이한”은 모른채 슬랙은 그냥 슬랙이라는 개념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하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톰 드마르코의 슬랙이란 책을 읽으며 슬랙이란 말에 담겨진 뜻을 새록새록 생각해 보게되었네요.

평소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의 운영자인 유정식님(@in_future)과 babyworm님이 강력추천하셨던 책이고 읽다보니 제가 가끔 방문하던 블로그인 피플웨어의 류한석님 (@BobbyRyu)이 번역하신 책이었더군요.

사실 이 책은 지금 제가 갖고 있지 않고 저희 팀원들에게 돌려보라고 빌려준 상태라서 자세한 내용을 쓰긴 어려워 독후감은 책을 회수한 다음 한번 더 읽어보고 쓰려고 했으나 또 미루다보면 그냥 넘어 갈 것 같아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나중에 업데이트를 할까 합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우선 톰 드마르코가 정의하는 슬랙은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도’입니다. 이 슬랙이란 개념은 사실 제가 졸업할때 김충기교수님께서 말씀하신 ’90%의 법칙’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사실 ‘슬랙’ 자체에 대한 내용은 책의 내용중 많은 분량은 아닌 것 같더군요. 대부분은 좋지 않은 기업문화의 예를 보여주고 있었고 사실 후반부로 갈 수록 집중력은 다소 떨어졌었습니다. (그래서 다시한번 더 읽어보려고 함)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식근로자’를 ‘육체근로자’와 다르다고 정의한 것이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람들은 결코 ‘지시 받은 그대로’ 일하는 존재가 아니다. 영리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급여를 받기때문에 어느정도의 자율성을 기꺼이 포기하고 어느정도의 지시를 받아들이나 사람들이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할만큼 충분한 급여를 제공할 순 없다.
    • Donny Thinks: 저는 급여가 다소 적더라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회사를 더 선호합니다.
  • 리더십은 조직의 위계질서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만 발휘되는 게 아니다.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리더십은 상사를 이끌고, 동료를 이끌고, 다른 조직 사람들과 협상하고, 중재/설득을 하고, 공식적인 권한 없이 행하는 모든 활동들이 포함된다.
  • 내가 아는 가장 멋진 기업들에는 팔로워쉽의 윤리라는 것이 전혀없다. 때때로 누군가를 따르지만 그런 행동만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멋진 기업들에서 리더쉽의 발휘는 모든 사람의 일이다. 리더쉽은 지위에 관계없이 순환하는 기능이다.
    • Donny Thinks: 단순히 상사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을 ‘팔로워쉽’이라고 하면 그것은 잘 못된 것이지요. 하지만 상사의 말을 존중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제 생각엔 열번에 8~9번은 경청하되, 생각을 정리해서 한 번 정도는 똑부러진 의견 피력이 서로의 신뢰를 높힌다고 봅니다.
  • 지식근로자들에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된 업무를 줘야한다. 이들에게 성장이란 급여만큼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들이 급여없이 일할 수 없는 것처럼 의미있는 도전없이 일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 Donny Thinks: 밑줄 쫙!!! 자기개발의 기회가 없는 회사라면 이직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합니다. 반대로 회사/매니져의 입장에선 직원의 자기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합니다.
  • 지식근로자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건전한 경쟁과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내부 경쟁은 파괴적이다.
    • Donny Thinks: 내부 경쟁 후에는 거의 항상 퇴사자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그 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퇴사를 하지요.
  • 납기일이 빠듯해서 납기준수가 어렵하고 말하면, 인력을 있는대로 동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요이상의 많은 사람을 투입하면 납기가 오히려 늦어질 뿐이다.
    • Donny Thinks: 전형적인 제조업 마인드이지요.
  • 신뢰성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남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상대방을 먼저 신뢰할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선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권한의 부재는 실패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다. 하지만 충분한 권한이라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리더십이란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이다.
    • Donny Thinks: 평소에 인맥관리를 잘 해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지식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할 지 모른다는 슬픈 고백일 뿐이다. 그런 인센티브들은 대개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 것으로 이전과 현격히 다른 행동을 유도할 수 없다.
    • Donny Thinks: 그래도 기왕이면 인센티브도 받고 다른 동기부여도 받는 편이… ^^;
  • 나쁜 관리의 제1법칙, 무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그걸 더 많이 하라
  • 나쁜 관리의 제2법칙, 관리자 자신이 만능선수가 되라
    • Donny Thinks: 관리자가 많은 경험과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좋지않은가요? 단, 그 능력을 꼭 필요할 때만 쓰거나 혹은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문제를 예측하는데 사용하는 게 좋겠지요.
  • 나는 열심히 일하고 늦게까지 일하는 관리자에게 어떠한 감명도 받지않는다. 오히려 땀 한방울 흘리지않고 절대 바빠 보이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훨씬 더 큰 감동을 받는다.
    • Donny Thinks: 바빠보이지 않는 관리자와 바쁘지 않은 관리자는 엄연히 다른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백조같은 관리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물 밑으론 빠지지않기위해 필사적이라도 물위로는 여유있는 ^^;;;
  • 바쁜 조직보다 신속한 반응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라 그러기 위해선 여유(slack)이 필수적이다.
  • 그저 돌아가면서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회의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장의 ‘사장다움’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의식에 불과하다.
  • Push만 하는 것이 관리의 전부라고 믿는 관리자는 진정한 관리가 뭔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도 원래는 조직도의 아래에 위치한 불쌍한 영혼들에게 끝없는 압력을 가하는 것보다 더 나은 그리고 더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 Donny Thinks: 어떻게 팀을 manage할지 모른다는 것만큼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드물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manager들이 그렇다는게 문제지요. manager가 되기전에 미리 준비해야하는데 이건 어디서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국내의 기업문화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40대에 들어서면 실무보다는 관리를 맡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engineer track과 manager track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던데 국내의 경우는 은퇴할때 까지 engineer의 길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무를 잘하는 사람이 직급이 오르고 인정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Project Manager나 팀장을 맡게 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결국 부하직원들을 Push하게 되는데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실 팀장보다는 본부장, 경영진의 마인드가 더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꾸는 것은 무척어려우니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압박을 견디며 팀원들에게 슬랙을 부여한다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팀원들의 발전을 가져오고 팀이 발전하여 실적을 가져올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끈기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겠습니다. 또 그것을 위해선 원활한 의사소통, 끊임 없는 자기개발, 적절한 멤버 구성 그리고 어느정도의 운도 필요합니다.

뭐… 생각해보니 필요한 것이 너무 많고 좋은 팀이 만들어지란 무척 어려운 일 같네요. 저희 팀 멤버들에게 참 감사하게 됩니다. ^^

4 thoughts on “슬랙(Slack)을 읽고…

  1. 제 생각에는 일단 보직을 맡게되면 engineer 생명이 끝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보직자는 아래 사람들에게 vision을 제시하는 사람 같아요~

    • ‘직접 실무를 하지 않는다 = 엔지니어링을 하지 않는다’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매니져가 직접 실무를 하려고 해도 사실 문제지요. 엔지니어 출신들은 직접 뭐를 해야 ‘감’을 잃지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하면 실무자들과 업무가 중복되고 결국 직접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상황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좋지 않은 경우 입니다.

      좋은 매니져는 실무는 담당자에게 맡기되, 자신의 경험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미리 준비해서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해서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고요. 실무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머리속에서 엔지니어링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회사와 본인의 위치가 변화해가며 slack이 사라져 가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되새기게 해준 책이라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 방문감사합니다.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죠? 높으신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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