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첫번째 반도체

반도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겨울이었다.
당시 학부 3학년이었던 나는 졸업 후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DSP(Digital Signal Processor)를 설계해보라는 교수님의 독려도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줄곧 공부와 담 쌓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만 빠져있다가 뒤늦게 진학을 생각하고 전공필수과목을 재이수 하고있던 내겐 매우 의아하면서도 놀라운 제안이었다.

반도체회사에 계시다가 오신 교수님께서는 넘치는 열정으로 연구실을 셋업하시는 중이었고 4학년 선배 3명과 3학년 2명을 뽑으셨다. 3학년 중에 나보다 공부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사실 나보다 학점 낮은 학생이 별로 없었다. ㅡㅡ;) 왜 날 선택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이지만 (그때는 교수님께서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다고 생각했었다 ^^;;) 추측해보면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사람이 반도체설계를 잘할 것이라는 믿음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학점 높은 학생이 똑똑하다고 생각할텐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게다가 아날로그회로설계를 하시던 분이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게 참 놀랍다.

당시 설계한 칩의 구조

어찌되었건 그렇게 시작하여 1년 선배였던 종필이형과 GPS 수신기 칩셋 중 Digital Correlator라고 하는 칩을 설계하였다. FPGA에 프로그래밍하여 실제 시스템에서 연동해보고 다시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IDEC MPW(Multi Project Wafer) 삼성 0.8um SOG(Sea-of-Gate)를 이용하였고 5mmx5mm의 크기였다.

이제는 수많은 GPS 내비게이터에 사용되는 SiRF칩의 일부에 해당하는 기능 뿐이고, Reference 제품의 Spec을 보고 모방했던 제품이었으나, 실제 통신시스템에 사용되는 칩셋을 개발하면서 통신시스템의 기본 개념을 익힐 수 있어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있다. 또한, GPS의 기본원리인 Spread Spectrum방식은 CDMA 통신방식의 기본이기 때문에 통신시스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핸드폰용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또 고속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도 모두 연장선상에 있는 일들이다.

2008.8 배영돈 (www.donny.co.kr)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