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특론

얼마전에 올린 포스팅에 쓴 것과 같이 요새 조규형교수님의 전자회로특론 강의를 청강하고 있다.
석사과정때 아날로그 회로 설계를 한 적이 있긴하지만 주로 디지털회로설계에 치중했었고 박사과정 수업도 디지털집적회로와 연관이 많은 수업만 듣다보니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전자회로특론을 수강하지 못했다.

졸업한지 꽤 오래 지난 지금에서야 청강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었지만 졸업 이후에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아날로그회로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비로서 청강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사실 작년까지는 회사 일로 숨 돌릴 틈도 없었기도 했다.)

예전에는 오후 수업이었던 것같은데 다행히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두번 다 오전 수업이라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을 진작에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듣는 지금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규형교수님께서도 청강을 허락하시면서 ‘전천후로 배워두라’는 말씀을 하셨다. 전천후… 무척 오랜만에 듣는 단어지만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운 좋게 학부과정에서도 조규형교수님의 강의법으로 전자회로를 배웠던 터라 조금은 익숙한 내용이지만 오리지날의 감동과 깊이있는 내용은 강의를 듣고 있는 시간을 황홀케 한다. 칠판 한가득 회로를 그리고 중간과정 없이 한번에 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간단한 예를 들고자 필기한 내용에서 발췌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좌측의 간단한 귀환(feedback)회로의 입력저항을 작게, 출력저항을 크게하기위해 버퍼(emitter follower)를 하나씩 추가하고 형태를 매만지면(?) 오른편의 회로가 된다. 이렇게 마법을 부리시고나선 “많이 보던 회로지?”라며 빙긋 미소를 지으셨다.

겨울방학이 짧아지고 여름방학이 길어지면서 2월초에 개강한 터라 벌써 부귀환(feedback)이 끝나고 안정도(stability)도 거의 끝나간다. 제일 중요한 내용은 다 배운 셈이다. 틈 나는 대로 복습을 하지만 막상 회로를 해석하려하면 강의시간처럼 쉽지않다 ^^;; 흡사 돌아가신 밥 로스(Bob Ross)아저씨가 30분만에 유화 한 점을 뚝딱하셨지만 따라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로를 쉽고 다양하게 회로를 해석할 수 있는 대가의 식견(insight)를 구경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 강의는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를 모르고 졸고있는 후배들을 볼 때면 좀 안타깝기도…)

조규형교수님은 KAIST 박사과정에 계실 때 이미 KAIST 전자회로 강의를 맡으셨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강의를 20년이상 해오셨고 그간 배출된 졸업생들은 분명 쉽고 유연하게 배운 지식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을 것이다.

일설에 조규형교수님께선 KAIST전자과가 배출한 3대 천재 중 한 분이시라는데, 그렇기에 그토록 회로에 해박하실 수 있으셨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강의를 듣고 있으면 가능한 한 쉽게 가르칠려고 노력하셨다는게 어느정도 짐작이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과정이 결코 간단치는 않았다고 직접 말씀하기도 했다.

어려운 지식을 완전히 소화해서 쉽게 전달하는 사람이 진정 그 분야의 대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지식을 포장하고 내세우는 사람은 크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2009.4. 배영돈 (www.donny.co.kr)

꿈과 욕심 (Distinguishng Dream from Desire)

꿈과 욕심은 모두 ‘원하는 바를 얻거나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쉽지않고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어제 만난 오랜 친구 매미군도 “욕심을 부리지않고 어떻게 꿈(목표)을 이룰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욕심이 꿈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꿈과 욕심을 구분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과정이다. 보편적인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는 방법인 경우 그 것을 “꿈을 좇는다”, “꿈을 이루어간다”라고 하며 반대의 경우 “욕심을 부린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모두의 꿈이고 “벼락 부자가 되고싶다”는 욕심인 것이다.
또,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지만,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서 노름을 하거나 복권을 사는 일’은 욕심이며, ‘좋은 성적을 얻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공부한 내용중에 시험문제가 나오길 바라는 것’의 차이와 같다.

이와 같이 과정을 생각하지 않으면 꿈과 욕심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혼동하기 쉬운 것이다.
꿈이 욕심이 되지않기 위해선 그에 따르는 노력을 충실히 하겠다는 각오가 반드시 함께 해야한다.

체 게바라의 패러독스(paradox), “Be Realistic, Demand the Impossible(불가능을 바라되 현실적이 되라)”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http://www.flickr.com/photos/herschell/230013853/

이론은 이렇다고 할지라도 현실에선 적용이 매우 어렵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어느정도 욕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기에 꿈과 욕심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욕심에서 시작할 지라도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루면 그것은 더이상 욕심이 아닌 것이다.

매우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김대리는 이번에 진급도 해야하고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봉도 올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에 수주받은 과제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결과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방법1
1. 열심히 일을 해서 과제를 성공시킨다.
2. 과제의 성공이 내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선 핵심적인 업무를 맡는다.
3. 다른 직원들이 업무에 소홀하다면 그 것도 내가 맡아서 해결한다.

이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보편적인 가치관을 벗어나면 꿈은 욕심이 되는데, 과연 보편적인 가치관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만일 그 과제가 혼자하는 일이라면 자원해서 과제를 맡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시키면 인정받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여러명이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위의 ‘방법1′의 경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김대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1. 열심히 일을 해서 과제를 성공시킨다.
  –> 회사의 목표이므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2. 과제의 성공이 내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선 핵심적인 업무를 맡는다.
  –> 왜 김대리가 핵심업무를 맡아야 하지? 김대리는 지난 과제에서도 중요한 일을 했는데(또는 지난 과제를 말아먹었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가 필요한데…
3. 다른 직원들이 업무에 소홀하다면 그 것도 내가 맡아서 해결한다.
  –> 김대리가 아주 튈려고 작정을 했구나. 누구 엿먹일 일 있나.

과제가 성공하고 김대리가 진급과 연봉인상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다. 꿈을 이루기위해 지켜야하는 보편적 가치관은 함께 일하는 상황에선 구성원간의 공감(consensus)이다. 즉, 방법1은 동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므로 욕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2
1. 열심히 일을 해서 과제를 성공시킨다.
2. 과제가 성공하고 직원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는 업무할당이 무엇인지 찾는다.
  –> 개개인의 의견이 다르므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방법을 찾는데 대화와 시간을 투자한다.
  –> 공감A: 김대리는 미혼이라 야근도 가능하니 이번에 희생하는 대신 잘되면 진급하기 쉬워질꺼야.
  –> 공감B: 그동안 박대리가 지원사격만 했으니 이번에는 박대리가 맡아서하고 경험 많은 김대리가 도와주는게 좋겠어.
3-A. 동료들이 김대리의 희생에 고마워하고 격려하며 진급이 되면 진심으로 축하한다.
3-B. 김대리의 협조로 박대리가 무사히 과제를 완료한다. 김대리는 처음 기대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다음과제에서 박대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더 큰 성과를 올린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방법1과 방법2의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방법2는 대화를 통해 공감(consensus)를 이루었다는 것, 또 원하는 바를 시간을 두고 이루었다는 것, 팀웍을 이루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방법1은 당장의 성공에 그치지만 방법2는 앞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욕심을 부리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1. 조급하다.
2. 대화가 부족하다.
3.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한다.
4. 중요한 일을 직접하려고 한다.

본인이 이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한다면 분명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조급함으로 판단착오를 하고, 대화부족으로 팀웍을 망가뜨리며, 혼자 일하고, 좁은 시야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

반면, 성공하는 사람은 늘 여유가 있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끊임 없이 스스로의 욕심을 경계해야 비로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2009.4. 배영돈(www.donny.co.kr)

Teaching Logic Design for Analog Engineers

한 달 전 부터 매주 하고 있는 일은 Analog설계자들(주로 팀장급)에게 Logic설계를 가르치는 일이다.
Display Driver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Analog회로와 Logic회로가 혼재하는 Mixed Signal 분야이기에 Analog설계자와 Logic설계자의 co-work이 중요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크게보면 모두 CMOS circuit을 하고있지만 생각하는 방식부터 사용하는 용어까지 많은 차이가 있고 또 스스로 벽을 만들어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반대편을 조금 더 이해하면 적지않은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3년이상 미루던 일을 드디어 시작한 셈인데 한 달가량 진행해본 결과 반응도 좋고 재미도 있다. Logic설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해보는 재미도 있고 대화의 벽을 허물어가는 성취감도 있다. Analog설계자들이 좀 더 systematic한 설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하고, 내게는 Logic과 Analog를 꿰뚫는 insight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틀이 될 것 같다.

EDA 업계의 퇴보

얼마 전 babyworm님의 글에서 harry…the ASIC guy의 주소를 발견하고 RSS Feed를 등록해두었는데 최근에 재미있는 포스팅(EDA is Only “Mostly Dead”)이 있어서 소개한다.

지난 달 DVCon에서 “EDA: Dead or Alive?”라는 주제로 Panel Discussion이 있었는데, 생사를 거론할 만큼 EDA업계가 요새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이 주제에 대한 답으로 Harry Gries는 ‘거의 죽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Synopsys의 CEO인 Aart de Geus의 Keynote를 들고 있는데 몇가지 측면에서 내게 매우 흥미로웠다.

Aart de Geus가 이번 keynote는 “Hardware를 Embedded Software가 대체할 것”이란 내용이었다고 한다.  Harry Gries는 지난 10년간 Aart의 어록(?)을 들어 항상 Aart의 예언이 적중했었기에 이번에도 믿는다고 한다.

Software가 Hardware를 대체한다는 말은 사실 거의 10년전 부터 지도교수님이 하셨던 말이지만, Aart가 keynote에서 발표했다고하니 그리 멀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든다.

Aart의 keynote내용에 특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9~10년 전에 Aart de Geus의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세미나가 끝나고나서 그걸 녹음해두지 못한 걸 후회했었다. 깔끔하고 전달력있는 프레젠테이션이 정말 인상깊었다. 특히 비영어권에서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군더더기 없는 영어표현들이 정말 ‘프레젠테이션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0여년간 Synopsys를 이끌어온 리더쉽에 그 발표능력도 분명히 한 몫 했을 것이다.
Steve Jobs의 Keynote가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면 Aart는 ‘친절한 흡입력’(?) 표현하자니 이상하지만 여유있고 미소를 잃지않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Stockdale’s Paradox)

작년에 읽었던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은 베트남 전쟁에서 전쟁포로 8년간 수용소에 갇혀있던 짐 스톡데일장군의 일화를 통해 ‘위대한 창조’를 이룬 모든 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여러차례 강조한다.

성공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되, 지나친 낙관주의로 현실의 인식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스톡데일의 일화는 이러한 교훈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베트남 전에서 포로로 갖혀있었던 그는 다른 포로들이 곧 풀려나길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수용소 내의 통솔을 맡아 가능한 오래 수용소에서 버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갔다.

결국 곧 풀려나길 기다리던 포로들은 죽고, 수용소에 오래 있으리라 생각했던 스톡데일은 8년만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이 것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부르고 기업이 성공에 빗대어 설명하였지만, 누구나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되뇌이며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일찌기 상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멀쩡한 회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부도위기에 이르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가르쳐주고 있다.

쉽게 이 위기가 지나가지 않을 것이므로 냉정히 미래를 대비해야한다.

관련 글: 스톡데일 패러독스 – 위기상황에서 빛나는 리더쉽

기술 용어의 올바른 발음

전지현과 기술용어는 관련가 있을까?

넷북의 원조로 많은 관심을 받는 ASUS.. (오래전엔 메인보드로만 유명했었다.)
당연히 [에이서스]라고 발음해왔는데 의외로 [아수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껴오던차에…
문득 ASUS의 발음이 [에이서스]가 아니라 진짜 [아수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검색한 결과,
미국애들은 [에이서스]라고하고 우리나라에선 [아수스]라고 한다는 답이 대세.
대만에서도 [아수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있었다.

찾다보니 프로그래밍 용어에 대해 오래전에 KLDP에서 화두가 됐던 것을 발견했다.
http://kldp.org/node/57214#306280

locale의 발음이 [로케일]이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malloc을 [말록]으로 발음하면 된다,안된다 등에 많은 공감을 느끼던 차에 폭스바겐이 미국에선 [복스웨건]으로 불린다는 말에 쓰러짐. ㅋ

사실 발음 문제는 맞고 그르고의 문제보다는 의사소통이 자연스럽냐의 문제라고 생각.
미국에서 쓰는 발음일지라도 국내에서 쓸 때 너무 혀를 굴리다간 비아냥의 대상이 될테고, 미국에서 지나치게 한국식 발음을 사용할 경우엔 아예 대화가 안될 것이다. 따라서, 다 알아두고 상황에 맞춰쓰는게 제일.(당연한 결론?)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1.
Qualcomm출장중에 회의에서 ‘VESA(Video Electronics Standards Association)‘에 대해서 얘길하는데 국내에선 당연히 [베사]라고 발음하기에 미국식 발음인 [뷔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VISA얘긴줄만 알았음 ㅡㅡ;;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2.
십여년전일인 것 같은데 미국 공항에서 입국심사받을 때였다. (아마 두번째 미국방문일 때인 듯)
괜히 익숙한 척 여권을 건네며 Hello~라고 말을 걸었다.
당시에 봤던 영화에서 들었던 발음 을 흉내내서 [할 로우~]하자 동양인치곤 발음이 썩 그럴 듯했는지 ‘How do you speak english so well?’이라고 묻는게 아닌가! 문제는 이 친구가 well을 [웰]이라고 발음 안하고 [왈]이라고 발음을 한데다가 흑인 특유의 액센트로 말하는 바람에 머리속은 온통 ‘왈이 뭐지?’란 생각 뿐… 그 흑인은 이자식이 영어잘한다고 칭찬까지했는데 이런 쉬운 말도 못알아듣다니… 이뭐병… 하는 듯한 황당한 표정… 심사가 끝날때까지 어색한 시간이 계속 됐었다. ㅡ.ㅜ

개인적으로 발음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 3.
2002년인가 중국 칭화대에 출장을 갔을 때였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접대용의 뻔한 대화를 주고 받던 중…
당시 한류열풍이 한창인 터라 ‘너 한국영화 본거있냐?’라는 물음에 그친구가 ‘마싸지 걸’을 봤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무슨 B급 에로영화를 본건가’라고 황당해하며 ‘그럼 아는 한국 배우는 있냐?’고 묻자 대뜸 전지현((발음은 좀 이상했지만)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전지현 나온 영화도 봤냐?’고 하자 ‘전지현이 마싸지 걸에 나온다’는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건 무슨….’ 하는 차에 스쳐지나간 생각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영어 제목이 ‘My Sassy Girl’이었다는 기억… ㅡㅡ;;
최근 헐리웃 리메이크작으로 ‘마이 쎄씨걸’이란 제목을 아시는 분은 많으시겠지만, 당시엔 그 제목이 쉽게 기억날리.. 아니 알고 있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My Sassy Girl의 발음을 이 중국친구는 ‘마’ ‘싸시’ ‘걸’이라고 중국식?으로 발음해버리니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나는 ‘massage girl’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Sony VAIO P 드디어 공개

최근 내 Wishlist를 다시 작성하게 만든 Sony의 VAIO P의 실물사진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최초의 UMPC라고 생각하는 Type-U시리즈를 만들었던 소니의 감각은 여전하다.
과감히 터치패드를 없애고 빨콩(?)만을 남겨둔 어찌보면 qwerty키패드가 있는 스마트폰(매우 큰) 흡사한 느낌이다. 또 넷북이라기보단 MID로 볼 수도 있다.

8인치임에도 1600×768의 해상도를 갖고 있고 802.11n, 3G WWAN, Bluetooth, 사용시간 4시간의 배터리(대용량 배터리는 8시간)

2월부터 900달러에 판매된다고 하니 역시나 가격이 문제…

http://www.engadget.com/2009/01/07/vaio-p-hands-on/

http://www.engadget.com/photos/vaio-p-hands-on/1265095/

http://www.engadget.com/2009/01/07/sony-gets-official-with-vaio-p-worlds-lightest-8-inch-netbook/

Engineer or Manager?

국내의 경우 엔지니어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 매니져의 길을 걷게 된다.
나와 같은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들도 역시 과장급까지는 설계 실무를 맡지만 차장부터는 실무보다는 설계관리의 비중이 커지고 팀 운영을 맡기도 한다. 따라서 30대 후반 즈음이면 대부분 엔지니어가 아닌 매니져로서의 길을 가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실무를 계속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40~50대의 설계엔지니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입사하고 10년 정도 되면 실무를 접는 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실무가 고된 부분은 있겠으나 매니져로서 사람을 관리하고 사업을 관리한다는 것 또한 어렵고 피곤한 일이다. 게다가 매니지먼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엔지니어들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니져가 아닌 설계/개발/연구 업무를 계속해도 팀장이나 임원으로서의 대우를 하는 제도를 작년부터 도입하였다. Fellow(기술상무)와 Technical Member(전문연구원)라는 제도이고, 실제로 상무나 팀장의 보직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매력있는 제도이지만 그만큼 자격과 선발절차가 까다롭다. 과장급 이상으로 최근 2년동안 인사/업적 평가가 A이상이어야하고 근속년수 제한도 있다.

올 해 Technical Member선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제일 위에 내 이름이 있다.(순서에 의미있음 ^^) 자격은 과장이상이지만 실제론 감점 대상이라고해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Pacific Time

미국과 Conference Call을 할때 기준으로 사용하는 시간은 PDT(Pacific Daylight Time) 또는 PST(Pacific Standard Time)이다.

Summer Time이 실시되면 PST대신 PDT를 사용하고 1시간차이가 생긴다. 계절이 어중간 할때는 현재 사용하는 시간이 PDT인지 PST인지 불분명한데 실제로 이 것때문에 작년에 Qualcomm과의 Conference Call에 늦은 적이 있다.

아래 싸이트를 확인하면 현재의 정확한 Pacific Time을 알 수 있다.
http://www.timeanddate.com/worldclock/city.html?n=137

일주일안에 죽이게 피아노치는 방법

싱어송라이터 전지한

싱어송라이터 전지한을 아시나요?
전 피터팬컴플렉스라는 밴드는 들어본 것 같긴해도 리더인 전지한씨나 그들의 노래는 알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부로 전지한씨를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이지만 DB out을 앞두고 확인할 것들이 있어 출근했다가 습관처럼 접속한 올블로그 첫페이지에서 누구나 일주일안에 죽이게 피아노치는 방법 이란 제목을 발견하고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라는 생각으로 클릭했습니다. 친절하게 동영상 강의까지 있어서 보다보니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시간상 좀 넘기긴 했습니다만…)

여섯살때부터 7년간 피아노를 배우고 또 그 이후로도 즐겨치면서 사실 단한번도 코드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기타는 오랜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코드만 보고 금방 치는 것을 보고 피아노 코드북을 구입하고 코드가 나온 가요책을 보고 치곤 했지만 복잡한 코드들에서 막힌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참 답답하지만 딱히 어디서 배우기도 마땅치않았지요. 화성학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피아노를 제대로 치겠구나하고 책을 샀지만 또 공부가 쉽진 않았구요.

그렇게 오래된 고민거리를 전지한씨가 한방에 날려주시는군요.
Edim7, C#mM7, Dsus4, B7(b6) 이런 복잡한 코드를 너무나 쉽게 알려주는 것을 보고나니 머리에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입니다.

늘상 회로설계에 있어서도 기본이 제대로 되어있어야 응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곤 하는데 음악에 대한 이론도 기본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기본이 갖춰져있으면 너무도 쉬울 수 있는 내용이 정말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가장 뼈대가 되는 내용을 최대한 쉽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예전에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칼럼을 1년간 연재한 것이 생각납니다.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전달하고자 simplecore라는 프로세서를 만들었었지요. 경종민교수님의 권유로 책으로 쓰고 싶었는데 어떤 분의 반대로 쓰지못한게 여전히 아쉽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제가 혼자 끙끙대며 익혔던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이키우느라 집에 피아노도 치워버렸는데… ㅋ